여의도 정치권이 하반기 전당대회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내 게임 업계와 게이머들의 시선이 국회로 향하고 있습니다. 20년 만의 게임산업법 전면 개편이라는 초대형 과제를 앞두고, 정치권의 지형 변화가 향후 게임 정책의 방향성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과거 총리 시절 세계적인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공관으로 초청하는 등 게임 산업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인물이 당권 주자로 부상하면서, 이번 전당대회 결과가 가져올 파장에 업계가 긴장 끈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정치학을 바꾼 1km의 줄과 게이머의 위력
과거 국회에서 게임 관련 정책을 논의할 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주체는 학부모나 종교 단체였습니다. 셧다운제 등 2010년대의 주요 규제 입법들은 이들의 목소리를 동력 삼아 추진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여의도가 눈치를 보는 대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2022년 10월 발생한 게임물관리위원회 국민감사청구 사태였습니다. 등급 분류 시스템 비위 의혹 등이 불거지자 게이머들은 국회 앞에 1km가 넘는 긴 줄을 서며 오프라인 연대 서명에 나섰습니다. 하루 만에 5489명이 참여한 이 사건은 게이머가 단순한 온라인 여론을 넘어 실체 있는 정치적 세력으로 등장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정치권은 잘못된 게임 정책을 내놓을 경우 감당해야 할 역풍을 진지하게 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민주당 전당대회 양강 구도와 3기 게임특위의 향방
오는 8월 17일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는 게임 업계의 가장 큰 분수령입니다. 현재 전당대회는 정청래 의원과 김민석 의원의 양강 구도로 좁혀진 상태입니다. 게임 업계가 이번 선거 결과에 주목하는 이유는 민주당의 게임 정책을 총괄해 온 '게임특별위원회'의 존속 여부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특위는 질병코드 도입 유보, 게임법 개편 등 굵직한 의제를 다뤄왔으나 비상설기구인 탓에 당대표의 승인이 있어야만 유지됩니다. 이재명 전 대표 체제에서 1기, 정청래 대표 체제에서 2기가 운영된 만큼 당권의 향방이 중요합니다. 정청래 의원이 연임할 경우 특위는 자연스럽게 유지되겠지만, 변수는 김민석 의원의 당선 여부입니다. 다만 김 의원 역시 총리 시절 지스타를 방문하고 페이커 선수를 면담하는 등 친게임 행보를 보여온 만큼, 누가 당권을 쥐든 3기 게임특위 출범을 통한 정책 연속성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20년 만의 게임법 전부개정안이 풀지 못한 딜레마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은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20년 만에 규제 중심의 체계를 진흥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조승래 의원과 김성회 의원 등이 주도하는 이 개정안은 게임을 디지털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으로 이원화하고, 게임위 폐지 및 게임진흥원 신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정책은 구조적으로 게임사와 유저의 이익이 상충하는 경우가 많아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습니다. 예컨대 확률형 아이템 규제처럼 유저를 보호하는 조치는 게임사에 부담이 되고, 반대로 규제를 완화하면 유저 권익이 침해될 수 있어 정치권도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강력하게 요구하고 문체부 장관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게임 내 경품 규제 해소' 역시 사행성 논란과 마케팅 자율성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대표적인 사안입니다.
하반기 국회 문체위 라인업과 쟁점의 타이밍
결국 모든 게임 입법의 열쇠는 주무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쥐고 있습니다. 의원 개인의 관심도에 따라 보좌진의 전문성이 결정되는데, 현재 문체위 내에서는 여당의 김승수 의원실과 야당의 김윤덕 의원실(현재 국토교통부 장관 수행 중) 등이 전문성을 갖춘 곳으로 꼽힙니다. 과거 법무부 장관 시절 확률형 아이템을 '디지털 콘텐츠 계약법'으로 접근해 규제하려 했던 한동훈 의원의 행보도 변수입니다. 현재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이지만 판호 이슈 등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콘진원 출신 인사를 보좌진으로 영입해 향후 관련 행보가 주목됩니다. 다만 현재 문체위의 핵심 현안이 축구 국가대표팀 관련 이슈에 집중되어 있어, 게임법전부개정안이 본격적인 공청회 등 법안 심사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전당대회 이후로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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